진경이 거인 - 따뜻한 거인의 하루서울의 좁은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쿵, 쿵. 묵직한 발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키 2.5m의 거대한 여성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진경. 베이지색 내복을 입은 그녀의 옷에는 김치 국물이 살짝 묻어 붉은 자국을 남겼다. 언뜻 보면 피처럼 보이는 그 얼룩과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하지만 진경의 손에는 커다란 김치 통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무서운 거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따뜻함을 나누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큰 사람이었다.1장: 골목의 민지와 강아지마포구의 한 조용한 골목,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초등학생 민지가 허름한 건물 계단에 앉아 ..